[영화] 김씨 표류기(2009)

한국 포스터가 너무 구려서 일본판 포스터로 가져왔어요

본지는 한참 됐는데 쓸 영화 리뷰가 너무 많이 밀렸다...

이것도 정기 영화 모임에서 본 영화였어요. 한국 포스터는 뭔 털난 남자의 얼빡 사진이 있어서 안봤단 말이지.. (포스터에 남자 얼굴 크게 있으면 일단 안봄) 근데 너무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별점 ★★★★

 

https://x.com/sadnotsaid/status/1796100715745534317

트위터 이쪽에서 개인적으로 포스터 리디자인 하신 걸 보고 얘기가 나와서 보게 된 건데... 저 포스터 너무 예쁘지 않나... 섬네일로 올린 포스터가 영화의 내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고르긴 했지만 작업하신 포스터는 너무 반짝반짝거린데도 허허벌판에 표류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냥 제가 녹색을 좋아하기도 해요.

 

아무튼 정말 좋았어요... 벌써 15년이나 된 영화인데 확실히 그 시절의 느낌이 들긴 했지만 부정적인 늬앙스는 아니고 좋은 의미로 향수(그래봤자 15년 전이지만)를 일으키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네요. 중국집 배달도 그렇고 오리배도 그렇고... 한강은 가본지 한참돼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

 

아무튼 도심 한 가운데 한강에 있는 무인도에서 표류하게 된 남성의 이야기... 소재도 소재인데 현대인이 공감할 내용이 많은 게 좋았네요. 섬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로 구해달라고 연락을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다신 연락하지 말라는 매몰찬 거절, 장난 취급, 스팸 전화... 주인공이 겪고 있던 현실의 문제들에 침몰되어 가는 묘사도 좋았고 그것에서 도망쳐봐야 기껏해야 '표류'하고 있다는 비유가 좋았네요. 김씨 표류기라는 제목도 참 잘 지은 거 같음... 흔하디 흔한 김씨 성의 사람,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사람 이야기.

 

정려원 분의 배역도 성이 김씨였더라고!! 이거 같이 보던 친구가 이야기해줘서 알았다. 이것도 너무 좋았어요. 도심 한 가운데의 무인도에서 표류된 남자 김씨와 방에 자신을 직접 가두고 표류된 여자 김씨가 서로를 발견하고 교류하고, 그것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참 좋았네요. 그리고 짜파게티라는 속세 음식을 목표로 직접 농사를 짓고 요리까지 하는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고 좋았다(ㅠㅠㅠㅠㅠㅠㅠ)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바이럴을 당해서 사흘 내내 짜파구리를 해먹었습니다....

 

특히 여자 김씨, 그러니까 정려원 분의 정연 씨 역할이 참 좋았는데 히키코모리가 되어 인터넷에만 빠져있던 정연 씨가 성근 씨를 발견하고 교류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써가며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가는 부분이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히키코모리 경험이 있던 터라 이쪽에 좀 더 이입이 잘 되었는데 현실에선 이렇게 표류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죠. 참 15년이나 지났는데 현실은 더 삭막해진 것 같기만 하네...

 

사는 게 참 쉽지 않지... 그래도 살아갈 목표를 갖고 표류한 나를 발견하고 구조해줄 언젠가의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