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저번에 이어 영화존나좋아친구들과 가진 영화감상타임.. 이번 영화는 에에올!

영화존나좋아친구가 추천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라고 해줘서 여러 기대를 하면서 봤는데 너무 좋았음... 보면서 줄줄 울었습니다. 전반부의 개그 코드도 취향이었고,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별점 ★★★★★ (이성 없음)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다정하자.

 

다정한 것은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폭력적인 것은 쉽다. 힘으로 상대를 찍어내리고, 억압하고 내려다보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에 반해 타인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건 쉽지 않다. 다정하지 않은 타인의 태도가 그것을 어렵게 만들고, 때로는 어려운 현실이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다정이라는 것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거니까.

 

영화의 전반부도 그렇다. 수많은 이들이 다른 우주의 힘을 빌려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강한 힘으로 적을 연속으로 쓰러뜨리는 것은 통쾌하게 보일 정도다. 지금껏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던 주인공 에블린도 그 힘에 금방 매료된다. 항상 내쫓기며 악착같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과는 다르게 재능 있는 다른 우주의 삶은 당연히 매력적으로 보였겠지.

 

하지만 그런 여러 재능을 발휘하면서도 에블린은 무적이 아니다. 절체절명 위기의 상황, 유일하게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답답하게 굴던 남편이 에블린에게 말한다. "다정해지자."

 

앞서 말했듯이 폭력적인 일은 쉽다. 하지만 다정하게 구는 건? 자신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아내가 평소와는 다르게 굴면서 장인어른과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싸우는데도 웨이먼드는 기꺼이 나서서 그렇게 말한다. "이럴 때야말로 다정해져요." 과연 누가 그 상황에 앞으로 나서서 자신을 총으로 겨누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에블린은 내내 답답한 웨이먼드를 무시했다. 페인트도 제대로 바르지 못한다고 무시하고, 멀티 버스의 힘을 맛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의 삶이 별로라며 무시하고(에블린은 정말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 남편이 또 일을 키울 거라며 무시하고. 하지만 다정함은 언제가는 통한다. 국세청 직원도 결국 웨이먼드가 준비한 쿠키에 마음이 풀려 기한을 저녁까지 늦춰주지 않았나!

 

영화의 주된 적인 조부 투파키가 에블린에게 바랐던 것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알파 에블린 때문에 그런 고통을 겪게 됐는데도 그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을 이해하고 같이 사라지길 바란다. 조이가 어머니에게 바란 것도 그냥 그 정도였을 거다. 어머니가 자기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조부도 조이도 지쳐버렸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중에서 조이(조부)와 에블린이 가장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두 사람이 돌이 되어 말조차 할 수 없게 됐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밖에 하지 못하던 그들이.

 

에블린의 여러 다중 우주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오며 복잡했던 영화의 전반부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가 막힐 정도로 심플하다. "다정해지자." 이 영화는 1챕터의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 거기서 엔딩을 냈다면 영화를 관람하던 쿵푸 고수 에블린과 성공한 사업가 웨이먼드처럼 "재밌긴 했는데 엔딩이 좀 그렇네요." 하는 어중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겠지. 그래도 영화는 끝나지 않고 웨이먼드는 말한다. "다정해지자." 그 길었던 1챕터의 이야기가 이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당연하다. 다정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말하기 위한 과정이 어렵고 복잡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수많은 우주를 겪고, 조부가 겪었던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에블린이었기에 웨이먼드처럼 다정하게 싸우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타인을 상처주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상처를 받는 사람이 늘어날 뿐이다.

 

내가 그랬지! 다정함은 언젠가는 통한다. 빨래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혹은 에블린이 잠깐이라도 웃길 바라며 장난감 눈알을 여기저기 붙여뒀던 웨이먼드의 다정함도 에블린에게 닿지 않았는가! 결국 조부를 막은 것은 쿵푸 고수의 힘도, 요리사의 힘도, 가수의 힘도 아닌 이상한 장난감 눈알을 이마에 붙인 에블린의 다정한 포옹과 진심어린 대화였다.

 

물론 다정한 것이 무적은 아니다. 언제나 마음처럼 쉽게 일이 풀리는 건 아니다. 인생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으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분명 당신의 선의는 보답받을 것이다. 이 간단한 말을 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우주를 돌아보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 것이다. 다정해지라고 말하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다정하자고 말하는 영화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는 다정한 사람이 되자.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자.

 

타인에게 다정하자. 비록 현실이 정신없고 여유가 없어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면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