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복수 시발.. 복수 좀 하지 마세요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다 그딴 문제가 아님 존나 걍 복수 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어요 시발

 

별점 ★★★★

 

욕만 처하기엔 너무 잘만든 영화였다

그러나.. 욕을 안하기엔 너무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너무 힘들었음 너무 힘들었어요 나 복나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보자~~!! 한 건데 친구들이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진짜 너무 힘들어 왜 제가 우울증을 사서 얻어야 하는 거죠 병원에 갈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안감사해요)

 

일단 나 이 영화에 대해 진짜 아는 게 하나또 없었음. 제목만 보고 오.. 느와르 장르인가? ㅇㅈㄹ하고 있었음 근데 진짜 정통 하드보일드더라고요... 근데 그게 120분 동안 꽉 채워서 비극 연속 발생 시뮬레이션 이런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게 문제였을까... 아니 그보다 이거 러닝타임 120분 밖에 안된다고 전 240분 동안 고문당한 기분이었는데요??/ 이상하다...

 

잔인한 건 생각보다 괜찮았음. 애초에 박찬욱 영화니까 각오하기도 했고 그렇다고 잔인하지 않은 영화냐? 하면 그것은 NO지만... 잔인한 장면들이 다 저 나옵니다??? 곧 나올게요??? 이제 피 폭발합니다??? 저 잔인할게요??? 이러고 대놓고 나올 거 같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한 장면 빼고는 그랬는데 그건 친구들이 알려줬음) 이 영화를 보면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날 힘들게 한 건 잔인한 장면이 아니라 섹스 장면이었음. 아니 ㅅㅂ 그 장면 의미 있었어??????????? 아니 의미야 있었겠지 근데 왜 굳이 거기서 섹스를??????????? 아니 후반부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겠지 아니 그치만??????????? 왜 갑자기 그렇게 섹스를?????????? 그래... 필요한 장면이니까 감독도 넣었겠지... 나도 그 장면이 있어서 류와 영미의 관계가 명확해졌다고 생각해.. 아니 근데.. 근데...!!! 섹스의 개연성에 대해서 머리로는 납득을 하는데 마음이 납득하는 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됐고 저 힘들다고요. 생각해보면 아가씨에서 날 힘들게 한 것도 섹스 장면이었고 금자씨에서 날 힘들게 한 것도 유사 섹스 장면이었고 이 시발 생각해보면 헤결도 뜬금없이 섹스 장면 튀어 나왔었네. 난 그때 지인이랑 같이 영화관에 가서 같이 본 거였다고 시발 이 잠깐 사이에 섹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섹스섹스!!!!!!!! 박찬욱 씨는 섹스 밖에 모르는 바보야 섹스!!!!!!!!!

 

섹스에 대해 구구절절 적어두긴 했지만 그건 정말 3분 남짓한 장면이었으니까 이만하도록 합시다. 걍 아가씨에서부터 이어진 울분이 터졌을뿐... 어쨌든 정말 치밀한 구성으로 잘 짜인 군상극이었어요. 군상극< 이게 이 영화의 본질인 거 같음. 여러 사람들의 사정이 뒤섞인 영화니까... 복수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삼으면 보통 복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영화에 담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복수라는 소재로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갈 생각을 했다는 게 참 기가 막힌 천재라는 생각이 드네요...

 

복수는 정말 오로지 소재였고 (박찬욱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그랬듯이)인간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중 송강호가 자기 딸의 부검 중에는 비통해 했으면서 류의 누나를 부검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렇지도 하품을 하는 장면이 정말 많은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함...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네요. 다른 많은 장면 중에서도 특히나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의 본질을 담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함.

 

나쁜 사람만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누구는 딸을 위해서 누구는 아픈 누나를 위해서... 심지어 납치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형사한테도 아픈 자식을 두고 있다는 사정이 있었는데 누구는 사정이 없겠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봤자 결국 남의 일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정이 어려운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슬퍼하면서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들 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죽어도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결국 남의 사정인 거다. 동진이 류에게 했던 말인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도 그렇다. 이해하겠음? 분명 류도 동진의 말을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면 말했겠지. 무슨 개소리냐고. 동진 역시 딸을 일부러 죽인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도 이렇게 류를 죽이지 않았나.

 

뭐, 당연히 동진도 류도 악인은 아니다. 관객인 우리들은 두 사람의 사정을 모두 지켜봤으니까 그걸 알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는데, 딸이 죽었는데 복수하는 거야 당연히 그럴 수야 있지. 근데 복수는 결국 자신의 사정으로 하는 거니까 남한테 그 복수를 이해받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단 거다. 그런 동진의 최후 역시 누군가가 행하는 복수로 인해서, 자신이 죽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맞이했다는 점이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영화의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짜여 있는듯...

 

결론적으론 좋았어요. 나중에 또 보고 싶단 생각도 드네요. 뭔가 복수는 결국 무의미하다, 이런 교훈 같은 걸 억지로 담으려고 한 게 아니라 복수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담백하면서 노골적으로 다룬 영화라는 게 좋았네요. 박찬욱 영화 진짜 잘 만들어......... 근데 너무 섹스 장면까지 노골적일 필요는 진짜 없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