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신지옥(2009)

디코 하는 친구들끼리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가 공포영화를 보기로 했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무서운 걸 못보는 쫄보라는 괴상한 취향을 가진지라 혼자서는 못보고 친구들과 함께 볼 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공포영화를 고름. 영화존나좋아친구가 이것저것 추천해줬는데 너무 잔인하면 또 내가 보지 못하기에... 적당히 추려진 후보 중에서 불신지옥을 골라서 보게 되다.

 

별점 ★★★

 

무난하게 잘 본 거 같긴 해? 점프스케어도 이정도면 무난한거 같고(점프스케어 남발하는 영화는 그걸로밖에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하수 영화라고 생각함) 현대 배경에 무속이나 종교 요소도 잘 섞어낸 거 같고 가족적인 요소도 잘 섞여내서 제법 흥미롭게 본 거 같음.

 

그리고 너무 노골적이지도 않고 너무 어렵게 꼬아내지도 않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잘 전달한 영화라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소진이에게 붙은 신령이 새였는가? 소진이한테 왜 신령이 붙게 된 건가? 이런 걸 전부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뭐 그렇다고 모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영화도 아니었으니까... 해석의 여지가 없는 건 아쉽지만 킬링타임으로는 무난하게 나쁘지 않았던 영화.

 

아 근데 재밌게 본 거랑은 별개로 너무 힘든 장면이 있었는데 류승룡이 고압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윽박 지르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볼 당시에는 속이 너무 안좋고 울렁거리고 뭔가 울컥 넘어와서 친구들한테 잠깐 멈춰달라고 하고 쉬고 나서 이어서 봄... 윽박 지르는 남자 싫어한다고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지뢰일지는 몰라서 나도 나름 충격을 받음??????????? 뭔가 2000년대 초반 영화니까 제작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면 필요한 장면이었다곤 생각함....... 영화 제목이 불신지옥이니까 말이야.

 

제목에서 말하는 불신이야 많은 걸 말한다고 생각함. 신을 믿지 않음, 가족을 믿지 않음, 주변사람들을 믿지 않음... 이 영화에서 밥먹듯이 나오는 게 불신이랑 맹신임.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점에서 근본이 다르지 않단 말이지 둘다...

 

불신은 화를 낳는다. 주인공인 희진은 대학교도 다니면서 알바도 하고 과외도 하고 새벽에야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면서 아파도 병원도 안 가고 가족한테 도움도 청하지 않고 자기만 믿고 있는 불신을 보임. 그래서 결국 동생을 잃었지. 경찰인 태환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희진을 불신하고 의심하고 강압적으로 굴다가 딸에게 불행이 닥침. 그렇다고 맹신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신령의 힘에 집착하던 무당 일당은 결국 싸그리 죽었고 맹목적으로 종교(정확히는 신)를 쫓던 어머니야... 말할 필요도 없지.

 

주인공은 남상미랑 류승룡이지만 김보연 배우님이 맡으신 어머님 역이 참 기억에 남는 거 같음. 그 맹신이나 맹목도 결국은 가족을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론 그 맹신 때문에 딸을 잃고 자신도 죽고... 열심히 살던 장녀만 남았지. 떨어지면서 희진을 감싸고 있었다는 게 너무 인상 깊었던 대목이었다. 자신은 신을 믿고 있으니 죽지 않을 테지만 신을 불신하는 딸은 지옥에 갈 게 분명할 테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딸이 지옥에 가지 않았으면 하니까... 이 맹목이 오롯이 가족을 위해 생겼다는 점이 가장 씁쓸한 지점. 어머니는 지옥으로 갔을까? 나는 아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희진을 믿지 않았고, 불신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질 테니까.